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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대학원 졸업논문

1990년대 이후 한국 영화 장에서의 여성 영화감독들의 문화실천
  • 저자명|김숙현
  • 학위|박사
  • 졸업연도|2017
  • 담당교수|이상길

주제어

영화 장, 여성 영화감독, 여성영화사, 문화실천, 예술노동, 영화제작, 젠더 하비투스, 체화, 상징투쟁

국문초록

이 논문은 여성 영화감독의 셀룰로이드 실링(Celluloid Ceiling) 및 비가시성(invisibility)에 문제제기하면서 1990년대 이후 등장한 극영화(narrative cinema)를 제작하는 여성 영화감독들의 문화실천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 영화사에서 1990년대 이전에 활동한 여성 영화감독의 수는 불과 다섯 명에 불과했다. 1990년대는 여성 영화감독들이 등장하는 중요한 계기였고, 현재까지 여성감독들은 공고한 남성 영화감독들의 권위와 리더십과 경쟁하고,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 속에서 경합하고 갈등하는 가운데 영화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성에 의한 문화적 개입, 문화실천의 활동으로서 여성 영화감독의 영화제작은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문은 17명의 다양한 배경의 여성 영화감독을 연구의 참여자로 만나 생애사적인 구술인터뷰를 실시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유해서 이 연구는 두 가지 문제를 탐색한다. 하나는 보충자료와 함께 여성감독의 관점으로 1990년대 이후의 영화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영화사 쓰기는 여성 영화감독들을 영화 장의 역사 구성에 공동 행위자로 위치시킬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여성 영화감독의 구체적인 역할 수행과 노동경험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성 영화감독의 역할 및 지위 획득의 구조적인 한계와 불평등을 드러내고 성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페미니즘의 렌즈는 한국 여성영화사(Korean women’s film history)를 이어 쓰고, 여성과 영화생산의 관계를 살피려는 이 연구에 유용하다. 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생산 장(field of cultural production) 이론과 행위자의 실천논리(agent’s logic of practice) 또 그의 논의를 이어받으면서도 젠더 문제를 부각시킨 페미니스트학자들의 개념은 여성감독의 영화 제작현장과 노동경험을 다루기에 적절하다. 그리고 이 연구는 위의 추상적인 이론 틀에 구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한국 영화 장의 노동시장의 특성과 여성 영화감독의 노동환경 또 예술노동(artistic labor)의 특성 및 조직 내에서 역할과 관련된 연구를 추가해서 살펴본다.
영화 장은 1990년대부터 문화적 정당성(cultural legitimation)을 얻고 또 문화산업의 형태를 갖지만 2000년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본격화로 경제 장(economic field)의 영향력에 강하게 놓인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structural changes) 속에서 여성감독들은 때로는 기회를 얻었지만 대체적으로 그 기회는 전형적인 여성장르 혹은 저예산 영화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독립영화 장에서 여성감독들은 단·장편영화를 통해 흥미로운 작업을 생산 중에 있다. 대략 30년간의 영화 장의 역사적 변화 속에서 여성 영화감독은 소외되고 배제되기도 했지만, 그 한계 내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역사적 변화에 적응하며 위치를 잡는 과정 중에 있다.
여성 영화감독의 역할 수행을 살펴보기 위해서 이 연구는 개별감독의 궤적(traces)을 추적하지 않고, 여성감독의 집단적 경험을 현재의 시점에서 구성했다. 즉, 현재 진행되는 영화감독의 역할수행 단계를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이 단계는 영화 애호 및 소비에서부터 교육경험과 경력을 쌓으며 실질적인 영화감독으로서 역할하고 인정받는 일련의 과정이며, 제도와의 관계를 통해 구체화된다. 영화감독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훈련하며 또 노동하는 동안 벌어지는 자기인식적인 내적인 경험과 자본을 운용해서 역할을 부여받고 수행하는 외적인 경험을 포괄한다. 영화 장에서는 신체에 기반을 둔 여/남의 이분법적 위계 위에서 남성 하비투스(male habitus)와 남성자본(masculine capital)이 우위에 있다. 그래서 여성 영화감독은 ‘여성’으로서 갈등하고 또 ‘영화감독’으로서 기회적 불평등과 편견을 마주했다. 젠더 문제는 거의 모든 단계를 거슬러 소외와 배제의 불평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감각적인 것에서부터 분리되기 어려운 미묘한 것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은 여성 영화감독이 역할을 얻고 인정을 얻는 과정에 크고 작은 제약을 가한다. 그래서 여성영화감독들은 가시화되지 못하는 주변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남성지배적인 영화 장에서 감독 역할의 취득 및 체현의 과정에서 여성 영화감독들은 혼란과 갈등, 모순과 양가성을 체험할 수 있다. 즉, ‘여성’, ‘영화감독’, ‘여성+영화감독’의 결합의 교차적 과정에서 오는 이러한 부조화와 불균질한 여성감독의 역할 수행은 남성 중심의 위계적 질서를 변화 가능한 불안정적인 것으로 만드는 상징투쟁이 될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여성감독들이 원하는 바와 같이, 여성 영화감독들이 ‘여성’의 기표(signifier)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젠더적 차별과 불평등이 영화창작에 미치는 영향을 제도적으로 최대한 제거해야한다. 이 원칙이 준수될 때 영화 장의 예술적 다양성과 자유로운 창작이라는 영화적 가치가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이라는 기표로 성찰하고 연대하는데 이 연구가 의미 있는 사례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영문초록

비고 : PVC-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