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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대학원 졸업논문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잔재의 이미지 : 빅터 버긴과 베이퍼웨이브를 중심으로
  • 저자명|이하림
  • 학위|석사
  • 졸업연도|2020
  • 담당교수|이상길

주제어

노스탤지어, 기억, 빅터 버긴, 베이퍼웨이브, 포스트모더니즘, 시각문화, 트라우마, 알레고리, 아카이브, 보철 기억, 집단적 무의식, 파운드 푸티지

국문초록

이 연구는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을 포스트모던 사회의 기억과 이미지 사이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감지하고, 그 원인과 배경을 사회역사적 조건과 연결 지어 탐구하였다.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총체성, 연속성으로서의 시간 인식이 어려운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특히 시각예술 작품들과 그를 둘러싼 반응을 통해 활발히 공유되는 감정이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예술가 빅터 버긴(Victor Burgin)의 2000년 이후 영상 작업과 2010년대의 베이퍼웨이브(vaporwave)는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에 대한 징후적 텍스트이면서,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중심의 영상으로서 포스트모던 시각예술의 대표적인 특징을 공유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새로운 형태의 노스탤지어와 그를 견인하는 특수한 이미지 형태가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변화와 닿아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버긴의 작업과 베이퍼웨이브 영상을 알레고리적으로 독해했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설명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의 지형도를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소망을 읽고자 했다.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이 특정 이미지 형태, 즉 텍스트를 통해 나타나고 공유되는 과정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시대적 맥락이 개입한다고 보는 이 연구는 알레고리적 독해를 통해 문화 텍스트의 징후를 읽어낸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본질적으로 지니는 불확실성과 불연속성 때문에 실재와 총체성이 흩어지게 되고, 세계의 의미는 문화 텍스트 표층 아래에 잠재해 있는 무의식을 발굴할 때에 비로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무의식’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의 꿈과 각성이 일어나는 장으로, 이 연구는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이미지가 그리움의 원형으로서 초역사적인 감정의 원천이라고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내부의 시간끼리, 혹은 이미지의 내부, 외부의 경계를 넘어 충돌한 시간성이 변증법적 이미지를 빚어내고 이러한 관계에서 오늘날의 집단적 무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고 이해한다.

빅터 버긴의 영상 작업과 베이퍼웨이브 영상을 통해 이 연구는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선형적 서사에 대한 이입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노스탤지어와 달리 차이, 불일치, 충돌, 단절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적’ 노스탤지어임을 밝힌다. 두 영상 이미지는 콜라주, 파운드 푸티지와 같은 방법을 통해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온 잔재 이미지들을 재조합하고 새롭게 편찬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의 파편화된 기억, 그리고 그로 인해 파열된 역사성의 형상이다. 따라서 기억 이미지의 조각을 수집하고 새로운 맥락에 배치하면서 각각의 조각 사이에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정립해보려는 이 움직임은 총체성, 그리고 일관된 기원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동반한다. 이때 일관된 기원을 갖기 위한 방편으로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경험한 적 없는’ 역사적, 문화적 상실의 이미지이다. 이는 오늘날의 심화된 정체성 위기에 대한 방어기제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극도로 심화된 세계화와 개인주의가 불안을 조성하고, 이로 인해 개인들은 ‘공통된 상실’로 통합된 정체성을 희구하게 되며 미디어가 매개한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기억이 그 부재하는 ‘상실의 경험’의 자리를 메우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노스탤지어가 완결된 서사를 통해 과거를 지나간 시간 속에 박제한 채 역사성을 소거한다면,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필연적으로 경험과 기억 사이의 불일치를 상기시킴으로써 노스탤지어의 대상으로 자리하게 되는 과거가 현재, 더욱이 미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한 역사적 성찰을 동반한다. 이 노스탤지어는 주체의 내면에 ‘과거와 현재’, ‘기억과 경험’, ‘고향과 타지’의 간극에 대해 질문하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개인의 내면, 그리고 그 사회의 집단적 무의식을 드러낸다. 특히 이 역할은 트라우마와 관련해서 강조된다. 기억의 충돌을 통해 구성되는 노스탤지어와 그것의 담지체인 비선형적 이미지는 연대기적 역사서술 안에 포섭되지 않는 트라우마에 대한 새로운 표현 방식이 될 수 있다. 버긴의 작업과 베이퍼웨이브 이미지가 이미 잊힌 ‘경험한 적 없는’ 역사적 트라우마의 잔재들을 발굴하고 현재에 소환해내는 것은 이와 같은 작업이다. 파편적 이미지를 통한 이러한 기억 작업은 공식적, 의식적 기록에는 포섭되지 않던 ‘사소하고 버려지고 억압받은 것’들을 읽어내는 과정이다. 불연속적 기억 이미지와 그에 대한 새로운 관계 맺기로부터 비롯되는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억압된 과거를 현재에 복원해내면서 기존의 언어적 재현이 접근하지 못했던 역사로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연구는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라는 그동안 연구되지 않았던 감정을 연구 대상으로 분류하고 조명하면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의 노스탤지어와 이미지의 변화를 포착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비언어적 재현과 비선형적 시간관을 바탕으로 한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사회적 감정으로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선형적 내러티브와 언어적 재현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노스탤지어 서사가 누락시켰던 예외적 감정들은 오히려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의 시대적 이행을 반증하는 감정으로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 연구는 이미지 구성 방식의 변화와 새로운 감정의 대두를 하나의 온전한 사회적 변화로 조망하면서 콜라주, 초현실주의, 파운드 푸티지와 같은 미학적 비평 개념들이 지니는 가치를 정체성의 위기, 장소성의 상실, 대중매체 기술의 발전과 같은 특수한 사회적 조건과의 관계 속에서 모색한다. 미학의 정치적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기존의 시도들이 주로 구체적인 사회적 조건들과는 별개로 미학 담론 내의 거대 이론을 복기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 연구는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그를 담지하는 시각성’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중심으로 미학과 사회학 사이의 구체적인 대화를 포착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연구들이 주로 노스탤지어에 관해 과거의 역사성을 소거하고 사회의 보수적 신념을 강화시킨다는 논지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반면, ‘비선형적 이미지 기억’인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역사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노스탤지어의 성찰적 가치를 발견했다는 것이 이 연구가 지닌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영문초록

This study notices “nostalgia for a time you’ve never known” as a cultural phenomenon and analyzed it in a close relationship between the memory and the image of postmodern society. In this paper, the cause and the background of this nostalgia are explored in connection with social and historical conditions. Through visual art works and the responses surrounding them, “nostalgia for a time you’ve never known” is an actively shared emotion in a postmodern society where totality and continuity are difficult to recognize. Among those works, British artist Victor Burgin’s works since 2000 and Vaporwave in the 2010s can be approached as symptomatic texts about the emotion, besides they share representative characteristics of postmodern visual art as image-oriented videos, not linear narrative ones. The study is based on the perception that the appearance of the new type of nostalgia and the specific image type which provokes it would reflect each other. Therefore by reading Burgin’s work and Vaporwave image allegorically, this thesis draws a map of the emotion of “nostalgia for a time you’ve never known”, which has not been explained yet, but is clearly present, and also reveals the current social crisis and the desires inherent in it.

The study comprehends postmodernism as a periodic context of the emotion of “nostalgia for the time you’ve never experienced”. Since uncertainty and discontinuity of postmodernism cause the dispersion of reality and totality, the meaning of the world can only be revealed when unconsciousness beneath the surface of the cultural text is discovered. At this time, ‘unconsciousness’ is not a personal thing, but a place where collective awakenings occur. In this point of view, this study does not assume that an image generating a longing for something that has never been experienced is a source of unhistorical emotion, but rather that the time of conflict between multiple time inside the image and beyond the internal and external boundaries of the image can create a dialectical image and this leads us to read out today’s collective unconsciousness.

Through Victor Burgin’s video work and Vaporwave image, the study found that this new type of nostalgia is “imagery“ based on differences, inconsistencies, and collisions, differentiated from traditional nostalgia which is descriptive. The form of two works that boundaries of time and space within themselves are collapsed through methods such as collage and found footage is the figuration of fragmented memories of postmodern society and a form of history ruptured by it. Thus, this move to establish a new relationship and meaning between each piece by collecting and placing pieces in a new context accompanies nostalgia for the totality and a coherent origin. It is none other than the "unexperienced" image of historical and cultural loss that becomes the target of nostalgia as a way to have a consistent origin. This can be understood as a defense mechanism against today's deepening identity crisis. Today, globalization and individualism create anxiety, which causes individuals to seek a unified identity as a "common loss" and fills the absence of a "loss experience" with media-mediated "unexperienced" memory.

The nostalgia for something you’ve never experienced inevitably recalls a discordance between experience and memory. For that reason, it brings a historical reflection about how the past can form a connection with the present, and the future, while traditional nostalgia narrative imprisons its history in the time it has passed. The nostalgia asks questions inside about the gap between ‘past and present’, ‘memory and experience’ and ‘home and other’. This role is particularly emphasized in relation to the “trauma”. This nostalgia formed through memory collisions and the related image can be an alternative way to express traumas that haven’t been embraced by the traditional chronicle of history. Such is the process of Burgin’s work and Vaporwave image finding and summoning remnants of an "unexperienced" historical traumas that have already been forgotten. The nostalgia work through discontinuous memory images and new relationships with them is a process of reading "what is abandoned and suppressed" that has not been included in official and conscious records, and provides us an opportunity to approach the history that the linguistic representations haven’t been able to access to.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captures the change of nostalgia and the image in postmodern culture by classifying and shedding light on a feeling of “nostalgia for a time you’ve never experienced” which has not been studied before. In the process of organizing the unfamiliar nostalgia based on non-verbal representation and non-linear time perspective into concrete social emotion, emotions that have been considered as exceptional can now be the indicators of the transition of the times from modernism to postmodernism. In this way, this study seeks the values of aesthetic concepts such as collage, surrealism and found footage in relationships with specific social conditions such as identity crisis, loss of place and the development of mass media technology. While existing attempts to explore the political possibilities of aesthetics are being made mainly to review the big theories within the aesthetic discourse apart from specific social conditions, the study captures a specific conversation between aesthetics and sociology. In addition, while existing studies mainly take a critical stance on nostalgia in their view that it strengthens society’s conservative beliefs, this study discovers positive implications of nostalgia.

비고 : N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