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대학원 졸업논문
페드로 코스타, 기억, 정치, 진동으로서의 구조, 해체, 잔존, 유령, 무리수적 단절, 해방의 시간
본 논문은 포르투갈의 영화감독 페드로 코스타(Pedro Costa)의 영화 <호스 머니(Horse Money)>(2014)에 나타난 영화적 구조의 운동이 어떻게 예술의 정치를 실현하는지 살펴본다. 리스본의 빈민가 폰타이냐스의 주민들과 오랜 시간 협업해 온 코스타는 폰타이냐스의 철거 이후 영화 제작에 빈민들의 기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포르투갈 민주주의의 승리의 역사로 여겨지는 카네이션 혁명이 식민지 이주민 노동자들에게는 트라우마적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스 머니>는 지배 체계로부터 소외된 기억을 공동체의 운명으로 그러모으지만, 동시에 그러한 기억이 고장 나있으며 불완전하다는 성질은 영화의 재현을 복잡하게 만든다. 본 연구는 기억을 재현과 기록이라는 수단에 의지하지 않은 채 사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형식화에 대한 코스타의 관심사가 <호스 머니>에서 영화의 구조로 체현되고 있음을 규명한다. 그러나 그 구조는 이미 결정되어 있거나 고정된 양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배적인 질서와의 어긋남과 불화라는 미결적 상태로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호스 머니>의 구조를 파악한다는 것은 연결하는 동시에 흐트러뜨리는 모순의 운동을 영화적 구조라는 틀로 (탈)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 논문은 이를 ‘진동으로서의 구조’로 명명하고, 구조와 탈구조적 요소들 간의 긴장으로 구조를 해체하는 영화 언어의 탐색이 은폐된 억압과 배제를 드러내는 정치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진동이라는 모호한 운동을 구조의 작동으로 해석하기 위해 본고는 아비 바르부르크의 이미지론을 빌려온다. 바르부르크는 고대 미술의 주술적 표현이 르네상스 미술에 잔존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논리와 마술이 공존하는 유럽이라는 시공의 분열증적 구조를 파악하고자 했다. 이때 ‘잔존’ 개념은 <호스 머니>가 근대화의 과정에서 소외된 이주민 공동체의 운명 전체를 연결하고 구조화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에 주요한 참조점이 된다. 허나 <호스 머니>의 구조는 단순히 대상들 간의 연결을 통한 공동지대의 구축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억압된 기억은 그 아래 놓인 비이성적이고 착란적 요소들을 통해서만 가늠될 수 있다는 모순을 내재하고 있으며, 그러한 모순을 체화하는 <호스 머니>의 구조는 합치되지 않는 내러티브와 유령적 인물이라는 탈구조적 요소들의 관계를 통해 나타난다. 시간의 불연속적 틈새를 벌리며 반복해서 되돌아오는 유령은 영화가 질서 내부의 어긋남이라는 균열과 탈구를 드러냄으로써 계산 바깥에 놓인 타자들을 불러들이는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단지 억압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는 타자를 환대하는 영화의 정치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는 <호스 머니>가 기억의 불완전한 속성을 예민하게 수용하며 탈구조적 요소들과의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지연되는 진동으로서의 구조를 체현하는 이유다. 이러한 수행은 인물이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진행되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정점에 이른다. 엘리베이터는 복수의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동시에 질서 내부의 간극을 폭로하는 틈새로서의 시공간이며, 따라서 진동으로서의 구조가 시공간과 몽타주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영화적 체험으로 나타나는 순간이다. 틈새를 전면화하는 불연속적 몽타주는 들뢰즈가 말한 ‘무리수적 단절’로서 사유의 무능력을 통해 질서 내부의 비대칭성이라는 억압을 사유하도록 이끈다. 이처럼 영화는 합치되지 않는 단절들을 통해 의미화되기를 거부하며 관객의 능동적 사유가 예술의 정치를 실현하는 ‘해방의 시간’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호스 머니>의 구조가 응축하고 있는 정치의 역량은 진동이라는 영화의 비결정적 구조를 분석하는 언어의 탐색이 현실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조건들이 작동하는 시공의 구조를 발견하고 감각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동시대 예술의 잠재력이다.
This paper examines how the movement of cinematic structures in Portuguese filmmaker Pedro Costa's film Horse Money (2014) realizes the politics of art. Costa, who has long worked with residents of Fontainhas, a Lisbon favela, has actively incorporated the memories of the poor into his filmmaking ever since the favela's demolition, and in the process discovered that the "Carnation Revolution," touted as a triumph of Portuguese democracy, is a traumatic memory for migrant workers from the colonies. While Horse money draws together the memories of marginalization from the dominant system to delineate the fate of a community, the broken and incomplete nature of these memories complicates the film's representation. This study establishes that in Horse Money, Costa's interest in formalization which aims to make it possible to contemplate memory without relying on the means of representation and documentation is embodied in the structure of the film. However, the structure does not materialize in a pre-determined or fixed form, for it can only be encountered in the undecided state of dislocation from and disharmony with the dominant order. In the end, to understand the structure of Horse Money means to (de)construct into the framework of cinematic structure the paradoxical movement which at once connects and disrupts. This paper names such structure a “structure as an oscillation” and aims to investigate how the exploration of cinematic language that deconstructs structure through the tension between elements of structure and post-structure is connected to the politics that exposes hidden oppression and exclusion.
In order to interpret the operation of structure as an ambiguous movement of an 'oscillation', this paper borrows from Aby Moritz Warburg's theory of image. Warburg sought to understand the schizophrenic structure of European space-time where logic and magic coexisted, revealing that the shamanistic expressions of ancient art survived in Renaissance art. This concept of “Nachleben” is a key reference point in explaining how Horse Money connects and structuralizes the entire fate of the migrant community marginalized in the process of modernization. However, the structure of Horse Money is not limited to simply constructing a common area through connection of the subjects. Repressed memories are inherently paradoxical in that they can only be understood through the irrational and delusional elements that lie beneath them, and the structure of Horse Money, which embodies such paradox, manifests itself through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ost-structural elements such as incongruent narratives and ghost-like characters. The ghost that returns repeatedly creating discontinuous gaps in time is a way for the film to realize justice by exposing the cracks and dislocations that are discords within the order and therefore bringing in the others that were placed outside the calculation.
The politics of film that welcomes the other cannot be accomplished by merely telling the stories of the oppressed. This is why Horse Money embodies structure as an oscillation that is constantly delayed amidst tension with post-structural elements, keenly accepting the incomplete nature of memory. Such practice culminates in the film's second half where the character is trapped in an elevator. The elevator is a space-time of a gap that at once constructs an environment where multiple narratives are connected and exposes the cleavages within the order, and is thus a moment in which structure as an oscillation emerges as a cinematic experience through the concrete expressions of space-time and montage. The discontinuous montage that foregrounds the gap is a manifestation of Deleuze’s “irrational cut” which, through the incompetence of contemplation, leads us to contemplate the oppression that is the asymmetry within the order. As such, through incongruent cuts, the film refuses to be signified, suggesting the possibility of a “time of liberation” in which the active contemplation by the audience realizes the politics of art. The capacity of politics condensed in the structure of Horse Money is the potential of contemporary art which makes us realize that the search for a language that analyzes the non-deterministic structure of oscillation in film is not unrelated to the act of discovering and sensing the structure of the space-time in which the conditions that produce real-life inequalities operate.